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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무게, 치매 간병 가족이 겪는 현실

by 노인복지69 2025.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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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간병, 돌봄의 무게

 

 1. 치매는 개인의 병이 아닌 ‘가족의 병’입니다

치매는 단순히 기억을 잃는 질병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인생과 정체성을 흔들고, 동시에 그 가족의 일상과 감정, 경제까지 송두리째 뒤흔드는 무거운 질병입니다. 실제로 치매를 진단받은 환자보다 그를 돌보는 가족 간병인의 삶이 먼저 무너진다는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치매환자 수는 약 95만 명에 달하며, 65세 이상 노인의 약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치매의 특성상 오랜 기간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수의 가정에서 비전문 가족이 간병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간병이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지속된다는 점입니다.

간병 중인 가족들은 직장을 그만두거나, 사회생활을 중단하고 치매 환자 곁을 지킵니다. 자녀 양육, 경제 활동, 자신의 건강 관리조차 어려워지는 상황이 반복되며, 극심한 스트레스, 우울증, 고립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특히 보호자의 70% 이상이 중장년 여성으로, 한 집안의 두 세대를 동시에 돌보는 '샌드위치 세대'의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2. 치매 간병이 남긴 흔적, 보이지 않는 상처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거의 매일 반복되는 혼란과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갑니다. 환자의 배회, 망상, 폭언, 때로는 신체적 저항 등은 간병인의 인내심을 한계까지 몰아붙입니다. “오늘도 문을 잠가야 할지, 말려야 할지,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라는 간병 가족의 말에서, 그 고립감과 피로감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간병 스트레스는 신체적 질병으로도 이어집니다. 실제로 치매 가족 간병인의 50% 이상이 만성 피로, 소화 장애, 불면증, 우울증 등을 경험하고 있으며, 간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건강이 악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어떤 보호자는 "치매보다 내가 먼저 병날 것 같다"는 고백을 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가족 간병인의 고통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보이지도, 인정받지도 못한다는 점입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치매 간병을 ‘가족이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간병인 스스로도 감정을 억누르고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치매 간병 가정의 붕괴, 갈등, 포기는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3. 치매 간병, 이제는 함께 돌보는 사회로

이제 우리는 치매 간병을 더 이상 가족의 책임만으로 돌려서는 안 됩니다. 치매는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보편적 사회문제이며, 간병 역시 공적 돌봄 시스템 안에서 해결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정부에서는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초기 상담, 가족 교육, 쉼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지역 편차와 인력 부족 등 한계가 존재합니다. 24시간 돌봄 공백을 채워줄 야간 간호 시스템, 가족을 위한 정서 지원 프로그램, 간병인 돌봄비 보조 확대 등의 실질적 제도 강화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치매 간병 가족이 “나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라고 느끼도록 사회적 공감과 연대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치매 환자 가족이 될 수도, 간병인이 될 수도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서로 돌보는 따뜻한 사회,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치매는 기억을 잃는 병이지만, 우리가 함께 기억해줘야 할 사회의 책임입니다. 이 글이 간병으로 지친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더 나은 제도를 만들기 위한 공감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